✒️실패로그 1편. 자리 배치에 관한 고민

학급경영 시 환경구성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. 학생들에게 ~ 해라. ~하지마라. 이런 잔소리아닌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를 따져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교육적으로도 좋다 생각한다. 학급 환경구성 중에서도 그 중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리배치다.
 
나에겐 어느정도 자리배치에 관한 규칙이 있다.
학급 구성원들 사이가 두루두루 좋지 않은 이상 '랜덤'은 나도, 학생들도 힘들더라.

첫째, 짝꿍은 싫어하는 아이들끼리 앉히지 않기
둘째, 남/여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앉히기
셋째, 짝이나 모둠이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도록 구성하기
넷째, 여러 번 같은 짝이 되지 않도록 하기

이런 규칙은 사실 두루뭉술한 내용이라 실제 자리는 그 해에 맡은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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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해 2023년은 3학년을 맡았다. 3월부터 아이들이 정말 에너지가 넘쳤다. 주로 고학년을 하던 나는 3월 초반 적응하기 어려웠고, 예전에 힘들었던 3학년 학급이 떠올라 수업 분위기가 걱정되어 서둘러 자리를 바꿨다. 번호대로 한 사람씩 5열로 앉아서 시작했다가 한 일주일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두 사람(짝꿍)씩 6열, 3분단으로 자리를 배치했다.
 
이때, 짝꿍은 남/여로 했다. 아직 3학년이라 남/여로 나누어 노는 경향은 적지만 동성을 선호하는 경향은 나타나므로 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서로 떠들고 장난치지 않도록!
 
그런데.
 
3월 후반으로 갈수록 안 그러던 학생들도 뒤를 돌아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더라. 지금이 쉬는시간인가 싶게. '이야, 이건 내 무능력함일까, 학생들의 무지함일까.' 3월 초에도 받지 않던 스트레스가 확 밀려왔다.
왜
왜...?
왜 그럴까?
3월 내내 관찰한 결과,

남/여 짝꿍 때문이었다.

 
꽤나 충격적이었다. 고학년을 하는 동안 동성 짝꿍으로 배치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.
그래도 확실했다.

남	여
여	남

이런 자리배치였기 때문에 학생들이 한 명씩 대각선 뒤로 돌아 뭔가를 물어보거나 장난을 치곤 했고, 모르는 게 있으면 짝꿍한테 물어보질 않고 서른 명 가까운 학생들이 너도나도 선생님을 불렀으며 틈만 생기면 반 분위기는 소란해졌다.
 
결국, 처음으로 동성 짝꿍으로 바꾸며

남	남
여	여

☝🏻 뒤돌아보는 친구에게 앞으로 봐줄 것 부탁하기
✌🏻 모르는 게 있으면 짝꿍에게 물어보고, 짝꿍은 친절하게 답해주기
👌🏻 수업 중에는 수업에 관련된 말만 하기

이렇게 세 가지 얘기를 며칠동안 차근차근 했더니 수업 분위기가 어느정도 잡혔다.
 
잡힌 것 뿐만 아니라 이제는 서로 돕는 분위기까지 되더라. 진짜 자축의 내적 박수를 치며 아이들에겐 이때다 싶게 칭찬을 마구 했다. 뭐 이게 별거냐 싶게 단순한 결론이지만 '막 국수사과 주지과목을 시작한 3학년 아이들이라 어려운 게 많으므로 서로 도울 수 있게 적당한 학습 수준이어야 하고, 이미 1~2학년에 누적된 피로가 있어서 서로 힘든 아이들끼리 모둠이 되지 않아야 하며, 반 전체의 수업 분위기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.'라는 생각으로 꽤나 고민했다. 고민이 헛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.
 
이 분위기가 언제까지 갈지. 어느샌가 또 소란해질지는 모르겠다. 그래도 실패하고 고민하고 얻은 결과가 꽤나 만족스러웠고, 예전 3학년을 맡았을 때보다 스스로가 교사로서 성장한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.
 
여담으로 수업시간에 즐겁지 않으면 쉬는시간만 기다리게 된다.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. 학급에서 중요한 건 결국 수업이다. 아이들이 수업시간 내내 '~야, 조용히 하자.', '뒤돌아보지 마세요.' 와 같은 잔소리 듣다가 괜히 스트레스 받고 수업시간이 고통스러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. 앞으로도! 즐겁게 수업하자, 얘들아.